2012년 4월 16일 월요일

고창 청보리밭으로 떠나보자.

고창 청보리밭에 일러이는 연둣빛깔 파도

봄이 오는가 싶더니 꽃샘추위가 심술궃게 찬바람을 일으키는 바람에 계절이 혼란스럽다.
그러나 늘 그렇게 부침을 겪은 뒤에야 새봄이 더욱 아름답게 열리는 것 아니겠는가. 겨우내 들녘에 파랗게 잔디처럼 돋아있던 청보리가 쑥쑥 커가는 봄. 사월이 시작되면 노천명의 서정적인 시 속에서 읽었던 것처럼 보리가 그 윤기 나는 머리를 풀어헤쳐 봄을 반긴다.
그들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보릿고개에 대한 애잔한 추억들이 향수처럼 남아있다. 가을에 추수했던 쌀이 똑 떨어지고 보리는 이삭이 패기는 했으되 한참 설익어 먹을 수 없는 궁핍한 계절. 그 봄날의 따가운 햇살 아래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물 한 바가지로 허기를 달래던 그들의 모습은 격동의 근대사를 증명하는 서러운 추억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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